아버지 추락사 이어 아들도 추락사 ‘산재’…노동자 부자, 20년의 비극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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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23/07/11 l 작성자 : 챗보팅 l 조회수 : 377 l | ||
출처 : https://v.daum.net/v/20230711085117919 경향신문
“고인의 아버지 역시 20년 전 노동 현장에서 추락사고로 사망했습니다. 이번 사고는 바뀌지 않는 대한민국 노동 현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오후 전남 목포시의 한 병원 장례식장. 분향소에는 사망 이후 6일째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는 A씨(43)의 영정이 놓여있었다. 조문객이 없어 썰렁한 분향소는 유족과 노동단체 관계자 몇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영암군 삼호읍의 한 업체에서 취부공(철판을 임시로 살짝 붙이는 가용접을 하는 노동자)로 일하던 A씨는 지난 3일 오전 11시10분 추락사고를 당했다. A씨는 대형조선소에 선박 블록을 제작해 납품하는 회사의 하청 업체 소속이다.
A씨는 사고 당시 선박 블록에 부착된 ‘도구 적재 선반’을 용접기로 떼어내는 작업을 했다. A씨가 6곳의 용접 부위를 차례대로 떼어내던 중 230㎏의 철제 선반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분리되면서 A씨를 덮쳤다. 2.2m 높이에서 떨어져 병원으로 옮겨진 A씨는 사고 이틀만인 지난 5일 낮 12시쯤 뇌출혈로 사망했다. 당시 A씨는 혼자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안전모도 착용하지 않았다. 선박 블록에서 구조물을 떼어내는 작업을 할 때는 추락에 대비, 크레인으로 해당 구조물을 고정한 뒤 작업을 해야 한다고 한다. A씨 가족이 산업재해로 가족을 잃은 것은 이번이 두 분째다. 건설 현장에서 미장공으로 일했던 A씨의 아버지(당시 56세)는 2003년 11월29일 서울 관악구의 한 건설 현장에서 추락해 숨졌다. 아버지가 숨진 이듬해인 2004년부터 선박 제조업체에서 일해왔던 A씨에게 똑같은 비극이 20년 만에 반복됐다. 문길주 전남노동권익센터 센터장은 “A씨와 아버지가 같은 유형의 사고로 사망했다는 것은 지난 20년 동안 한국의 노동현장이 바뀌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 통계를 보면 2022년 전국의 산업현장에서 노동자 874명이 숨졌다. 이중 가장 많은 322명(36.8%)가 A씨 부자처럼 ‘떨어짐(추락) 사고’로 사망했다.
A씨 사망 이후 회사 태도도 논란이다. A씨 회사는 사고 당시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사고경위서와 근로계약서 등을 요구하는 유족들에게 “원청에서 주지 말라고 했다”며 차일피일 미뤘다고 한다. 유족은 이날 오전 직접 회사를 방문하고서야 근로계약서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계약서를 보면 A씨는 지난 2월 ‘일급 15만원’을 받기로 하고 현장에 투입됐다. 이상한 점도 있었다. 줄곧 노동자로 일했던 A씨 앞으로 사업자가 내야 할 4대 보험 체납금을 내라는 독촉장이 날아와 있었다. 체납 금액은 1억원이 넘었다.
A씨 동생은 “형이 사망한 다음날(6일)부터 관련 자료를 요구했는데 재하청 업체인 회사 측은 피하기만 했다”면서 “평생 노동자로 살았던 형 명의로 누군가 사업자 등록을 했고 노동자들의 4대 보험을 체납한 것”이라고 말했다.
권오산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 광주전남지부 노동안전보건국장은 “다단계 하도급 구조인 조선산업은 산업재해 발생 등이 잦은데 고질적인 문제중 하나가 사고가 나도 업체들이 명의만 빌려 다른 업체를 세워 계속 일을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A씨가 일했던 업체의 사장 역시 실질적인 사장의 부인이 대표자로 돼 있었다. A씨의 동생은 “아버지에 이어 형까지 산재 사고로 잃었다. 정확한 진상과 책임자들의 사과와 처벌을 원한다”면서 “우리 가족 같은 비극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족과 노동단체는 11일 오전 광주지방고용노동청 목포지청을 찾아가 A씨 사망과 관련한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을 요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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